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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 IVE(아이브)의 ‘해야 (HEYA)’가 전달하는 ‘한국적’인 K팝 | PLUS MAGAZINE ORIGINAL

2024.05.07

 

| 글. 한성현(대중음악 웹진 IZM 필자)

 

 

 

 

K팝은 오늘날 전 세계인이 한국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되었다. 유튜브나 X(구 트위터), 틱톡 등 온갖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유입된 팬덤은 멋진 아이돌 그룹의 모습에 반해 관광객이 되어 한국을 찾기도 하고, 심지어는 노래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기도 한다. 한마디로 K팝이 한국의 홍보대사가 된 것. 이러한 상황에 맞춰 한국만의 문화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바로 4세대 대표 걸그룹 중 하나인 IVE(아이브)다.  

 

IVE(아이브)가 4월 29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 앨범 [IVE SWITCH]의 타이틀곡 ‘해야 (HEYA)’는 말 그대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한아름 크게 담았다. 먼저 뮤직비디오를 보자. 시각적으로 늘 화려한 퍼포먼스로 K팝 팬덤을 압도한 그룹답게 이번 ‘해야 (HEYA)’ 또한 독보적인 콘셉트를 제시한다. 바로 ‘해를 사랑한 호랑이’라는 기본 플롯을 토대로 곳곳에 고전적인 요소를 심어놓은 것이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안유진의 소품부터 이목을 끈다. 손에 들린 한국식 파이프 담배 ‘곰방대’는 전래동화의 익숙한 첫 문장인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과 연결되어 마치 한 편의 전통 설화와 같은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레이가 손에 든 부채와 멤버들이 귀걸이나 머리끈처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 노리개 등 다양한 장식은 이러한 신화적 느낌을 한층 강화한다.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음악 외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다. 여러 장면에서 등장하는 자개 무늬 개량 한복은 유명 디자이너 민주킴이 특별 제작하여 화제가 된 의상이고, 중간중간 수묵화 풍으로 삽입된 일러스트는 동양화 기반의 작품을 그리는 박지은 작가가 맡았다. 옛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것들을 현대적 시선으로 되살리며 고전미와 신선함을 모두 잡은 기획이라 할 수 있다.  

 

확연히 높아진 한국어 가사의 비중도 눈길을 끈다. K팝의 주요 소비층이 된 해외 팬덤에 맞춰 기존 IVE(아이브)의 노래 후렴을 채운 것은 대부분 영어 단어였다. 이번 ‘해야 (HEYA)’는 확실히 다르다. 각각 장원영과 리즈가 차례로 맡아 본격 핵심에 돌입하는 후렴 전 파트부터 가사에는 한글이 가득하다. “우린 더 높이/하늘에 닿을 것처럼 외쳐 너를 깨워/올려 봐 노려봐 넌 내거니까 다/자꾸 널 보면 탐이 탐이 나.” 후렴도 마찬가지다. “해야 해야 해야/한입에 넘 삼킬 때야/(탐이 탐이 나)/해야 해야 해야/이미 내가 이긴 패야/(널 보면 탐이 탐이 나)”  

 

가사 전반으로 시야를 넓혀도 한국어와 영어의 비중 격차는 뚜렷하다. 온전한 영어 문장을 노래하는 구간은 안유진의 인트로와 첫 후렴 이후 가을의 인터루드, 장원영의 브릿지 외에는 전무하고, 드문드문 있는 영어 표현도 짧은 단어 단위에 그친다. 비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아예 영어 가사로만 된 노래를 종종 발표하는 2020년대 K팝의 유행과는 정반대다.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낸 K팝  
 

 

IVE(아이브) 외에도 한국적인 콘셉트를 차용한 아이돌은 또 누가 있을까? 먼저 생각나는 것은 작년 말 세 번째 정규 앨범 [Chill Kill – The 3rd Album]을 발매한 Red Velvet(레드벨벳)이다. 앨범 홍보의 일환으로 공개한 티저 사진에서 Red Velvet(레드벨벳)은 병풍이나 전통 한국식 인테리어를 활용하여 영화 <아가씨>(2016)나 <장화, 홍련>(2003)에 나올 법한 고풍스럽고 섬뜩한 이미지를 그려낸 바 있다.



영어 글자를 한자 형태로 각색한 그룹 로고나 나전칠기 문양을 연상시키는 앨범 커버 등 동양한국적 미를 전격 차용한 [Chill Kill]은 인스타그램에서도 ‘캐릭터 스포일러’라는 이름의 콘텐츠를 발행하여 서스펜스의 농도를 높였다. 최종적으로 공개한 타이틀곡 ‘Chill Kill’의 뮤직비디오 속 외딴 시골 풍경 등의 배경을 보면 영화 <곡성>(2016)과 같은 한국식 스릴러가 느껴진다. 중국이나 일본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특색이 단순히 ‘동양적’인 것으로 묶이는 추세에서 오롯이 한국만의 요소를 잘 살려낸 흥미로운 시도였다. 

 

 

 



 

눈여겨볼 또 다른 예시는 5인조 보이그룹 원어스(ONEUS)다. 2019년 발매한 세 번째 미니 앨범 [FLY WITH US]의 타이틀곡 ‘가자 (LIT)’로 동양적인 사운드와 판소리 추임새, 전우치와 도술 등 한국적인 소재를 하나로 엮어낸 것에 이어 2021년 [BLOOD MOON]에서는 시조 문체와 전통 악기를 차용한 ‘월하미인 (月下美人 : LUNA)’을 타이틀곡으로 선보였다. 음악방송과 <로드 투 킹덤> 등 다양한 무대에서 한복 의상을 입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결합하는 남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팀이다.  

 

전통에만 갇히지 않고 오늘날의 한국을 다루는 시도 또한 돋보인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아마도 Stray Kids(스트레이 키즈)일 것이다. 국악을 가미한 독특한 스타일의 ‘소리꾼’에 이어 2023년 타이틀곡 ‘특’은 서울 도심 곳곳을 뮤직비디오 카메라에 담으며 서울특별시라는 현실의 실제 공간을 생생히 포착했다. 24인조 조합형 걸그룹으로 유명한 tripleS(트리플에스)는 아예 ‘서울 소녀 사운드’라는 모토 하에 현실감 넘치는 서울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 승강장, 편의점과 학원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광경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K팝이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을 침투하는 문화가 되면서 특징을 하나로 규정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워졌다. 그 과정에서 ‘팝(Pop)’이 지닌 보편성과 한국을 뜻하는 ‘K’를 하나로 묶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로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이처럼 두 개념을 결합하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K팝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색다른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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