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G)I-DLE)이 7번째 미니 앨범 [I SWAY]로 돌아왔다. 2020년의 ’덤디덤디 (DUMDi DUMDi)‘에 이어 직관적인 계절감이 살아 있는 청량한 여름 콘셉트다. 봄날의 햇살처럼 싱그러운 스타일로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난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로 이어진 2024년의 흥행가도는 여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타이틀곡 ‘클락션 (Klaxon)’은 브라스와 그루브한 베이스가 주도하는 청량한 댄스 팝이다. 무더운 날씨 자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성향의 음악은 ’클락션‘이라는 레트로한 단어와 어우러져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색깔로 반짝인다. 언제나 주도적으로 (여자)아이들((G)I-DLE)의 프로듀싱을 맡은 리더 소연의 강점 또한 여전히 빛을 발한다. 본인을 포함한 각 멤버들의 보컬 특징을 파악해 각자의 매력이 잘 드러날 수 있는 파트 분배가 특히 그렇다.
깔끔하고 탄탄한 미성을 가진 미연은 ‘덤디덤디 (DUMDi DUMDi)’에 이어 이번 ‘클락션 (Klaxon)’에서도 후렴 파트를 맡아 시원한 서머송의 하이라이트를 완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 매력적인 저음 톤의 우기는 프리코러스에서 탄탄한 연결 다리 역할을 수행하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보이스를 가진 민니는 변칙적인 랩 파트로 곡의 다양한 분위기를 만든다.
’LATATA’에서는 ’LATATA’를 외치고 ‘화(火花)‘에서는 ’불을 지펴라‘라고 말하며 항상 곡의 화룡점정을 맡았던 슈화는 이번에도 곡의 핵심 파트를 맡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소연은 첫 구절로 순식간에 곡의 분위기를 휘어잡음과 동시에 탄탄한 브릿지 역할의 래핑으로 그룹의 주춧돌이 되어준다. 이렇듯 모든 멤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완벽하게 해내며 빈틈없는 조화를 이룬다.
의성어를 즐겨 쓰는 소연만의 작법 특징도 모습을 비춘다. 사자의 용맹함과 걸음걸이를 후렴에서 표현하며 직관적으로 곡의 포인트를 잡아낸 ’LION’, 여름날 축제의 떨리고 설레는 마음의 소리를 표현한 ‘덤디덤디 (DUMDi DUMDi)’ 등 이전의 곡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던 해당 스킬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자동차 경적 소리인 ‘Honk’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후렴은 강렬한 비트에 중독성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 주고 커지는 심장 박동 소리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의태어 ’우아우‘는 곡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데뷔곡 ‘LATATA’부터 ‘Super Lady’까지 일관적으로 드러냈던 자신감 있고 주도적인 태도 역시 녹아 있어 (여자)아이들((G)I-DLE) 고유의 개성을 이어받은 점 또한 눈에 띈다.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드라이브를 제안하는 주체적인 가사는 막힌 도로를 뚫는 클락션의 의미와 절묘하게 엮이기도 한다. 비슷한 결의 대표곡인 ‘TOMBOY’나 ‘Wife’보다 표현방식은 부드러우나 일관된 가치관이 주는 해방감은 유효하다.
여기에 뮤직비디오 속 비주얼과 안무는 이러한 서사에 다양함을 더한다. 크롭티, 민니의 사자 펌, 소연의 오렌지 컬러 헤어와 후드 등 Y2K 감성이 진하게 녹아 있는 멤버들의 패션은 레트로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여자)아이들((G)I-DLE)만의 당당한 개성을 보여준다. 팔을 돌리고 훌라춤을 추는 간단한 안무 구성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짱구’의 춤이 연상되는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꿈과 열정을 노래하는 (여자)아이들((G)I-DLE)만의 아이덴티티는 ‘클락션 (Klaxon)’ 뿐만 아니라 수록곡에서도 드러난다. 우기의 자작곡 ‘Last Forever’는 미디엄 템포의 댄서블한 비트에 서정적인 멜로디를 섬세하게 융합해 감동을 선사한다. 솔로곡 ‘Giant’나 ’Freak’에서도 그랬듯, 순간적으로 몰입감을 높이는 우기 특유의 낮은 톤은 ‘Last Forever’에서의 인트로 파트에서도 크게 돋보인다.
특히 어느덧 (여자)아이들((G)I-DLE)이 데뷔 7년 차가 된 만큼, 진지하게 꿈을 노래하는 가사가 깊은 맛을 낸다. 기쁜 순간과 슬픈 일들을 함께 겪으며 같이 성장한 그룹의 서사는 물론, 언제나 자기 자신을 믿고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자 노력하는 각자의 마음마저 가사에 녹아들어 더욱 진심 어리게 다가온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앞으로도 계속될 (여자)아이들의 음악에 지속적인 기대감을 불어 넣는다.
민니의 자작곡 ‘Bloom’은 편안하고 로맨틱한 무드로 접근해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한다. 모든 멤버들이 힘을 빼고 편안하게 멜로디 위를 유영하듯이 부르는 보컬을 들려주기에 강렬한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특히 미연의 청아한 목소리는 솔로곡 ’Drive’에서도 들려주었듯이 평온한 분위기에 선명한 그루브의 팝과 만나면서 특히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마지막 트랙 ’Neverland’는 (여자)아이들((G)I-DLE)의 팬덤 ‘네버랜드’에게 바치는 커다란 선물이다. 기존 팬송 ’i’M THE TREND’가 팬들과 함께 쌓아온 (여자)아이들((G)I-DLE)의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담은 재치 있는 가사를 특징으로 한 신나는 댄스곡이었다면, ‘Neverland’는 오랫동안 함께할 네버랜드와의 여정을 약속하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팝이다.
‘Neverland’는 깊고 애절한 감성으로 접근한 [I NEVER DIE]의 ’POLAROID’, 어쿠스틱 기타 멜로디에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아낸 [I feel]의 ‘어린 어른 (Peter Pan)‘ 두 곡의 특징을 적절히 배합한 중간 지점이기도 하다. 어느 한 쪽으로 과잉되지 않고 절제된 스타일은 어느덧 신인 단계에서 벗어나 성장한 (여자)아이들((G)I-DLE)이 팬들을 다독이는 듯한 가사와 합쳐져 큰 감동 포인트로 다가온다.
두 장의 정규 앨범, 일곱 장의 미니 앨범, 각자의 솔로 앨범과 여러 싱글, 콜라보레이션, 그리고 해외 음반까지, (여자)아이들((G)I-DLE)은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지치고 넘어질 때도 있었겠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은 더욱 단단해졌다. 네버랜드도 그들을 따라 성장했고 더욱 굳건해졌다. 그렇기에 그들이 내는 클락션 소리에는 즐거운 확신이 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빛에 지치기 쉬운 여름이지만, [I SWAY]는 네버랜드에게도 (여자)아이들((G)I-DLE) 스스로에게도 자유로운 휴식처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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