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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IZE] 이모셔널 팝으로 대중의 곁에서 성장하는 보이그룹: 'Memories'부터 'Love 119'까지 | PLUS MAGAZINE ORIGINAL

2024.01.09

 

| 글. 박수진 (대중음악 웹진 IZM 필자)

 

 

 

 

2023년 9월 보이그룹 RIIZE(라이즈)가 데뷔했다. ‘Next level’을 외치며 AI, 버추얼 세계관 등 K팝 신에 굵직한 흐름을 남긴 선배 팀 aespa(에스파)에 이은 3년 만의 데뷔이자 NCT(엔시티) 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SM표 신예 그룹을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내외부적으로 잘 알려진 SM 회사 내부 경영진 변화도 이들의 존재에 큰 시선이 쏠린 계기가 됐다. 하루에 한 명씩 멤버를 공개하던 이전 시스템과 달리 한날 한시 전 멤버를 발표하는 파격적 행보로 SM은 새 그룹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결과는 잡음 없이 깔끔했다. RIIZE(라이즈)는 데뷔와 동시에 차트 상위권을 누볐다. 그 시작은 데뷔 싱글 [Get A Guitar]의 프리 데뷔 싱글 ‘Memories’부터 움텄다. 보아 (BoA) ‘공중정원’부터,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다시 만난 세계’, Red Velvet(레드벨벳) ‘Psycho’ 등 다수의 히트곡을 써낸 SM 대표 작사, 작곡가 KENZIE가 참여한 이 싱글은 RIIZE(라이즈)가 가진 싱그럽고 풋풋한 매력을 십분 담고 있었다. 이를 RIIZE식으로 표현하자면 'Emotional Pop(이모셔널 팝)’의 에너지가 제대로 느껴졌다. 


다양한 감정을 곡에 담아 표현하는 독자적 장르 이모셔널 팝. RIIZE의 음악을 규정하는 단어다. 이들은 마치 데뷔 초 SHINee(샤이니)가 자신들을 컨템퍼러리(contemporary) 밴드로 지칭하였던 것처럼, 오늘 날 많은 아이돌 그룹 예를 들어 NMIXX(엔믹스)가 믹스팝으로, STAYC(스테이씨)가 틴프레시로 자신들의 음악을 표현했던 것처럼 이모셔널 팝이란 단어로 그룹의 음악 방향성을 설명한다. 이는 곧 RIIZE 그룹명과 맞닿으며 듣는 이들에게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성장하다'라는 뜻의 'Rise'와 '실현하다'라는 뜻을 가진 'Realize'를 결합해 만든 이름으로,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해 나아가는 팀' 


보기 드물게 모두 성인이 된 이후 데뷔하긴 했지만 팀내 구성원이 2000~2004년 정도로 이제 막 20살 초반의 나이를 지닌 이들이 꿈을 실현해 나가며 경험하는 감정을 좇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 하겠다 외치는 선언은 팀 이름과 만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어렸을 적 외쳐 I’m a star / 외딴 거긴 Mars / 땀방울 어린 우리 추억 어린 사진 속 그 미소는 It’s all you”로 시작해 “Don’t wanna waste / All these meanings / 힘껏 안고 꿈을 꾸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 너와 나 우리 Memories”란 코러스를 가진 이 곡은 RIIZE의 시작을 예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쉽고 멜로디컬한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청량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를 가미해 대중적 완성도를 획득함은 물론, 중후반부 힙합 무드의 브레이크 구간을 둬 입체적인 매력을 뽐냈다.

 

‘Memories’가 부드럽고 톡톡 쏘는 청춘연가 였다면 퍼포먼스 비디오 음원 ‘Siren’은 전형적인 SMP의 노선에서 파워풀한 퍼포먼스 선보였다. 1분을 간신히 넘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일면 서태지의 ‘Come back home’이 떠오를 만큼 강렬한 소리의 맞부딪힘을 이어가는 이 노래로 RIIZE(라이즈)는 자신들의 꿈이 비단 순수함에만 뿌리내려 자라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꿈을 향한 열망, 소년의 이미지 등을 비롯해 자로 잰 듯 강렬한 춤 동작을 보여주며 준비된 퍼포머의 면모 역시 욕심껏 챙겼다.


그렇게 종착한 데뷔 싱글의 타이틀 ‘Get A Guitar’는 RIIZE(라이즈)를 완벽하게 각인 시켰다. 차트가 보여주는 데이터부터가 대단했다. 멜론 일간·주간·월간 차트 16위에 올라 2023년 데뷔 그룹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함은 물론, 스포티파이 3천만 스트리밍 돌파,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 및 전 세계 20개 지역 TOP10, 애플뮤직 10월 월간 차트 대한민국 인기곡 TOP20 1위, 중국 QQ뮤직 한국 음악 주간 차트 2주 연속 1위 등 RIIZE는 신인 그룹으로서 굉장한 기세로 그해 국내외 차트 정상을 찍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인기를 제대로 실감케 한 것은 틱톡(Tiktok)을 중심으로 한 숏폼 플랫폼에서의 유행이다. ‘Get get get get a guitar’하는 가사의 포인트 안무에 맞춰 짧은 춤을 추는 ‘겟어기타 챌린지’로 틱톡 콘텐츠 3억뷰를 달성했다. 음원이 발매된 지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갯어기타 챌린지를 향한 열기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얼마 전에는 팬들 사이 초미의 관심을 받기도 했던 멤버 앤톤(ANTON)과 그의 아버지 윤상이 함께한 겟어기타 챌린지가 공개되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겟어기타 챌린지가 이 정도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곡이 가지고 있는 대중적 접점에서 기인한다. 일정 부분 ‘Memories’가 가진 장점과 궤를 같이하는 이곡의 특징은 한마디로 쉽고 선명하다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랩과 퍼포먼스 파트를 과감히 제외하고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로 견인하는 펑키(funky)한 복고풍 선율의 매력이 단숨에 귓가를 울린다. 바로 직전 선배 그룹 aespa나 NCT가 가지고 있던 마이너한 장르적 색채 혹은 복잡한 세계관 등에서 벗어난 RIIZE는 그렇게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다.


복잡한 서사나 장르적 진입 장벽 없이 노래 제목에서부터 선명히 기타를 내세운 곡으로 RIIZE는  탄탄한 팬덤을 일구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악기를 내세운 작법은 후속 싱글 ‘Talk Saxy’에서도 이어졌다. 색소폰의 단어 일부를 가져온 이 노래는 ‘Get A Guitar’ 정도의 파급력은 아니었지만 RIIZE의 위치를 이끌어 가기에는 충분한 만듦새를 보인다. 목관악기인 색소폰만이 들려줄 수 뻣뻣한 공기의 터져 나감이 808 드럼 사운드와 어우러지며 독특한 힙합곡이 탄생했다.


‘Memories’로 신인 그룹의 풋풋함을, ‘Talk Saxy’로 젊고 힙한 소울을 드러냈던 이들이 신년 초 첫사랑의 말랑한 감정을 담은 ‘Love 119’로 돌아왔다. 음악적으로는 복고풍의 리듬이 강조된 ‘Get A Guitar’보단 ‘Memories’의 순수함을 더 닮은 노래다. 2005년 한 드라마 OST로 쓰이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밴드 izi의 히트곡 ‘응급실’을 샘플링해 근래 보기 드문 분위기의 감성적인 팝송을 들고 왔다. 하나 특징적인 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보컬 하모니. ‘Memories’ 때부터 강조하던 멤버 간의 화합 다시 말해 아카펠라, 다층의 코러스, 합창 정도로 표현되는 전 멤버가 함께 부르는 노래 구절을 유난히 많이 배치, 멤버 개개인보다 팀 자체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인상이다.


또 눈에 띄는 대목은 이들이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노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피아노 소리를 전면에 부각하고 뿌옇 울림을 지닌 신시사이저를 후면에 배치해 복고적이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강조, 이색적인 위치를 점했다. 2006년 동방신기(TVXQ!)가 다섯손가락의 ‘풍선’을, 2022년 NCT DREAM이 H.O.T.의 ‘Candy’를 리메이크했던 모습이 겹치기도 하는 이 곡은 RIIZE가 이모셔널 팝을 펼쳐 나가기 위해 사랑이란 감정을 얼마나 영리하게 소환하는가를 증명한다.


복고와 트렌드 사이의 절충. 추억과 새로움 사이의 조화. RIIZE가 초점 맞춘 청자의 폭은 근래 K팝 보이그룹이 향하던 팬층에서 더 넓은 대중 쪽으로 나아간다. ‘Memories’부터 ‘Love 119’까지 RIIZE(라이즈)가 발 디딘 땅은 시대와 세대를 한정 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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