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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127/ENHYPEN(엔하이픈)] 개성 강한 두 보이그룹의 대격돌. ‘삐그덕 (Walk)’ & ‘XO (Only If You Say Yes)’ | PLUS+VIEW

2024.07.23

 

| 글. 장준환 (대중음악 웹진 IZM 필자)

 

 

독자적인 핵심 콘텐츠로 세계를 넘나들며 K팝 신의 지형도를 거듭 확장 중인 두 팀이 알찬 구성의 정규 앨범과 이를 대변할 타이틀 곡으로 돌아왔다. 다채로운 장르 운용으로 자기만의 소리를 구축한 NCT 127 정규 6집 [WALK]의 ‘삐그덕 (Walk)’, 판타지와 현실 가운데 복합적인 스토리로 깊은 서사를 그려온 ENHYPEN(엔하이픈) 정규 2집 [ROMANCE : UNTOLF]의  ‘XO (Only If You Say Yes)’이 그 주인공. 이 개성 넘치는 두 곡이 어떤 식으로 자기만의 매력을 부각하고 팀의 색채를 강화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린 절대로 남들과 같지 않아, NCT 127의 ‘삐그덕 (Walk)’

 

이름부터 ‘네오(Neo)’를 내건 그룹답다. 매번 다양한 소리와 질감으로 청각적 놀라움을 선사했던 NCT 127이 이번에는 2000년대 올드스쿨 힙합에 도전한 것. 스크래치 기술을 사용한 도입과 어딘가 걸리적대듯 반복하는 비트 사이로 오가는 재현(JAEHYUN)의 덤덤한 랩, 마크(MARK)의 파트에 맞춰 함께 움직이는 섬세한 멜로디 라인부터 예사롭지 않다. 원래부터 이 장르에 익숙했던 것처럼 여유롭고 담백하다. 변신을 충분히 소화할 기본적인 랩 실력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통의 방식대로라면 조금 더 시끄럽고 둔탁하게 나왔어야 했을 테지만, 각각의 요소를 가져오되 과하지 않게 현대식으로, 더 좁히자면 NCT 127 식으로 다듬은 점도 흥미롭다.

 

혹자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이들을 두고 마치 ‘걸음걸이가 고장 나 버린 듯이’ 걷는다며 말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질문에 NCT 127은 ‘난 내 기분대로’ 걷고 ‘누가 봐도 나처럼’ 걷는 것이라 답한다. 이내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최소한의 장치로 진행하는 가벼운 사운드 터치, 아무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앨범 커버, 합일된 군무를 가져왔지만 능글맞게 사뿐히 움직이는 안무, 서로 파트를 분배해 능숙하게 랠리를 이어가는 구조 모두 ‘자신감’을 상징하는 포인트들이 된다. 어느덧 8주년을 맞이한 노련함에서 배어 나오는 그 자신감 말이다. 
 

 

 

 

헤어 나오기 힘든 마력, ENHYPEN(엔하이픈)의 ‘XO (Only If You Say Yes)’

 

2년 9개월 만의 정규 앨범이자 ‘ROMANCE’의 새 챕터를 여는 화려한 개막전. 벌써 칼을 갈았다는 느낌이 상당하다. Lady Gaga(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로도 알려진  아트 디렉터 Nicola Formichetti(니콜라 포미체티)가 콘셉트 포토를, 어두운 색감을 구사하기로 알려진 한국의 라이징 감독 이충현이 시네마 제작을 맡았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랐던 싱어송라이터 Jvke(제이크)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한 라인업이 이들의 복귀를 다방면에서 지원한다. 그중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콘셉트를 탁월하게 소화하며 시너지를 가져온 멤버들의 몫이다.

 

판타지 요소를 적극 활용해 서사를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한 팀인 만큼, ‘XO (Only If You Say Yes)’는 그 장점을 정확히 살린 타이틀곡이다. 레트로 풍의 잔향이 두드러지고 몽글몽글하게 조율된 신시사이저가 자욱하게 안개를 풀어놓으면 마법에 걸린 듯 기계음처럼 변조된 멤버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XO’를 되뇌는 중독적인 후렴이 귓가에 맴돌 무렵 자연스레 밤바다의 수면과 새벽의 몽환경이 눈앞에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몇 가지 연출과 효과만으로 감흥을 순식간에 끌어 올린 다음 완성도 높은 비주얼을 통해 더 깊게 중력장에 끌어당긴 셈. ENHYPEN(엔하이픈)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이 설치한 정교한 트랩에 한번 발을 들이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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